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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산 변천사...잡지명으로 본...

앞서 골수회에 관한 기사 중
'두번째는 사람을 보지말고 산만 보고 가라'
라는 글에서 떠오른 또다른 단상.

산행이라는 게 사람들이 산에서 하는 것이라
사람따로 산따로처럼 본질적으로 분리될 것 같지 않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다른 취미들과 등산을 나누는 공식적인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미있는 새로운 분류법이 생각난다.
뭐냐하면 다른 취미는 그것이 펼쳐지는 마당(장 場)이 기본적으로 사람이 없으면 '무'의 의미이다.
축구장을 보라. 수만의 관중 속에서 각본없는 드라마를 펼친다고 하지만, 게임이 끝난뒤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 나간 다음은 축구장은 그냥 황량한 콘크리트 구조물일 뿐이다.
골프는? 골프장의 그림같은 잔디밭을 볼때면 가끔씩 분재들이 생각난다. 인간들이 철사로 비틀어 놓은. 사람이 없는 그곳은 어떤 이야기도 펼쳐지지 않는다.
반면 등산은 사람이 없어도 그자체로 여여하다. 많은 것을 품어낸다. 사람은 그곳에 초청된 객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래서 산행객(客)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컨데 등산은 '사람이 하는 행위일 수도 있고, 산에서 벌어지는 행위일수도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I climb the mountain'이다.
누구랑 갈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를 갈것인가? 라는, 주어 동사 목적어 각각을 주제로 놓고 드라마를 써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뿐,  어느것이 우월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시게추처럼 이쪽 저쪽으로 옮겨갈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각 등산잡지의 제호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것을 발견하고 너무 기분좋아 골수회에 감사전화를 하고픈 마음이었다.....)

오늘날 지명도 있게 발행되는 등산잡지는 4종이다.
산, 사람과 산, 마운틴, 그리고 클라이머 (발간순서대로)

'산'
제일 처음 발행된 잡지로서 mountain 을 강조한 제호이다.
그시절 산사나이들의 자부심은 다른게 아니고 그냥 산에 간다는 것에서 나온다.
남들은 배가 고파서  일없으면 방바닥에 시체놀이 할 판에 산에 간다고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도 우리 할머니는 내가 지리산에 간다고 하면
거기에 뭘하러 힘들게 가냐고 질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이면 충분하던 터라 등로주의 등정주의 이런 개념은 아직 알도 깨기 전이고 그냥 알피니즘, 알피니스트 하는 호시절이었다.
그만큼 후배들은 질곡의 시절이기도 하였다. 산이라는 고상한 곳으로 데려가는데 좀 때려도
된다는 논리는 그리 무지막지한 논리가 아니었으리라.
마르크시즘 이론처럼 상부구조 하부구조 식으로 당시의 시대상황을 보자
그당시는 등반의 물적토대인 로프 하켄 비너가 몇 없던 시절이라서 등반을 하고프면 억울해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선배들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는데 뛰쳐나간다 해도 다른 산악회에서 받아줄리 만무하다. (*오늘날 방송계가 그러하다지 않은가. mbc pd에 반기를 들어도  kbs pd가 써주지 않는다는)

이 해석이 듣기에 껄꺼로울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진실이다.
그러다가 점점 갱제가 풀리고 배가 부르자 누구나 산에 갔고, 장비값도 금값이 떨어졌다.
(역사는 이를 등반의 황금시대, 은시대 동시대 등을 빗대어  장비값의 황금시대->은시대 ->동시대로 분류할 수 도 있겠다.~~)

반항의 시대가 등장하였다. 87년 민주화가 되었다.
애덜이 굽신굽신 듣고만 있다가 힘이 생기면 그 징후가 바로 '내가.....', '나는.....'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산악 잡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9년 새로운 잡지가 태어났다.
제호 "사람과 산' (영어로 man and mountain)이다.
극(산- 목적어)에서 극(man - 주어)로 축이 이동되기 시작하였다.
'누가?' 라는, '사람.'이라는 구호가 등장하였다.
산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등산 = 즐거움 이라는 모토처럼 초대 편집장의 글은 뻥과 함께 엄청나게 웃기는 투다. 그가 연재하고 책으로 낸 "방랑보다 황홀한 인생은 없다'를 보라.

그러나 87년 민주화가 개량으로 끝났듯이 산악계 신진세력들은 어정쩡하게  '사람과 산'에 양다리를 걸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이후에 숙제로 남게 된다.
사람과 산은 그래서 전문성과 대중성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결국 페이지수만 엄청나게 늘어난 꼴이 되었다. (산 보다도 더 페이지 수가 많던가...)

그렇게 <산>과 <사람과 산>이 한 십여년 동거를 잘하다가 IMF 가 터지고 경제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직장은 살벌해졌고,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하였다.
수많은 실업자를 품어낼 데라곤 산밖에 없었다. 북한산은 실업자들에게 무료 입장을 시키던 때였다.
산. 다시 중요한 건 산이었다.
그래서 만든 잡지명이 < MOUNTAIN(산)>이다. "실현할 수 있는 산"이라는 모토는 무슨 뜻일까?

돈은 별로 없고 시간은 남고. 산만이 실현가능하지 않은가. 골프? NO 여행? NO......
실현할 수 있는 산이 바로 그뜻이다.~

그로부터 또 5,6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과 산>의 2차 반격이 있게 된다.
새로운 잡지를 만들고 그 이름을 클라이머(CLIMBER)이라고 부친건 노무현씨의 그것처럼
시대정신의 발로이다.
그러나, 창간의 변에서 밝혔다시피 오직 전문 산악인을 위한...상업성을 배격한^^...잡지를 표방한다.
실제 기사들을 보면 알수 있다시피 5.13을 위한, 5.13의 잡지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지향하지만, 그들의 한계가 바로 엘리트 스포츠 클라이밍이라는 점이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압도적 소수를 위한...

바로 이 점에서 또다시 새로운 잡지의 탄생이 기대된다.

이제 40여년의 세월속에 비로소 <목적어 산>에서 <주어 사람>으로, 극에서 극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클라이머는 어떤 뜻일까?
예전에 언젠가 말했다시피, 클라이머는 이념이, 주의가 탈색된 그냥 말 그대로 '오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일파트너와는 그 내포된 의미가 천양지차이다. 알피니즘 또는 알피니스트와도 다르다.
고상돈이나 허영호를 떠올릴때와 오늘날의 인공등반가나 손상원같은 스포츠 클라이머를 떠올릴때의 울림을 생각해보라..

하여간 이런 시대의 흐름이 산악잡지의 제호에 녹아 있고
이는 또한 등반사로 읽힐수 있다는 재미있는 썰!!




피에스 :
내 기억으로는, 산수(山水) 라는 잡지가 최초의 산악잡지라고 하던가. 이는 산(山)처럼 대상을 강조한 제호이다.
다만 '산수'라는 말은 산(山)에 대한 기존의 동양적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말이다. '산'이 독립하기 전...
또하나더
한 때 등산이라는 제호의 잡지도 있었다. 이는 climb 라는 동사를 강조한 잡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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